넷플릭스 화제작 ‘더글로리’ 속 수억원대의 자산가이자 국내 최대 규모의 골프장 사업가인 전재준(박성훈 역). 무서울 게 없는 그에게 존재하는 단 한가지 치부. 색맹. 색맹이 뭐길래 전재준은 참을 수 없는 분노에 휩싸이는 걸까요?
우선 색맹은 “색채를 식별하는 감각이 불완전하여 빛깔을 가리지 못하거나 다른 빛깔로 잘못 보는 상태”를 뜻하는 단어로서 흔히 ‘색약’과 혼동되어 사용되기도 합니다. 색맹과 색약의 차이는 색채를 식별할 수 있는 감각의 정도를 검사하여 정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심하면 색맹, 그 이하는 색약으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개개인마다 어떤 종류의 색맹과 색약을 가지고 있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기 때문에 이 두 개념을 통칭하여 ‘색각 이상’이라고 부르고 색각 이상을 가진 사람들을 ‘색각이상자’라고 부르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라고 합니다. 색각이상자는 남성 인구의 약 6%, 여성 인구의 약 0.5%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내에는 약 163만 명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색각이상자들은 과연 어떤 시야로 세상을 보고 있을까요? 색각 이상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주변에 색각이상자 지인이 없는 경우 이 질문에 답을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혹자는 “색각이상자는 세상이 흑백으로 보이는 것 아닌가요?”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의 경우 사실이 아닙니다. 색각이상자는 각자의 증상에 따라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 노란색 등 구별하기 어려운 색이 있고 구별이 가능한 색이 있습니다. 물론 색각 이상 중 전색맹은 앞선 주장처럼 실제 시야가 흑백과 가깝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는 전체 인구에서 4만 명 중 1명 꼴로 존재하는 매우 희귀한 증상이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색각이상자는 각자 구분할 수 있는 색상과 구분하기 어려운 색상이 공존하는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더글로리의 전재준은 어떤 색각 이상을 가지고 있을까요? 극 중 전재준의 대사에서 “내가 제일 싫어하는 X이 누군지 알아? 빨간 머리 앤이랑 빨간 망토 차차야.”라는 구절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대사로 미루어 보았을 때 전재준은 빨간색을 구별하기 어려워 하는 것이라 추정해볼 수 있는데요.
또한 극 중 전재준이 중심부가 빨갛게 칠해져있는 렌즈를 끼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렌즈 역시 렌즈 속에 빨간색의 필터를 삽입하여 빨간색과 초록색을 구별하기 용이하게 만들어주는 제품으로 주로 적녹색각이상자에게 사용된다고 합니다. 이렇듯 더글로리 속 대사와 장면들로 미루어 보아 전재준은 적녹색각이상을 가지고 있음을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일부 시청자들은 “전재준이 끼는 렌즈만 있으면 모든 색각이상자들이 아무 불편 없이 살 수 있을까?”, “저 렌즈는 전재준처럼 막대한 재산을 가져야만 쓸 수 있을까?”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우선 전재준이 끼는 렌즈는 영국 코닐사의 ‘크로마젠 렌즈’로 가격은 한화 약 70~80만 원을 호가합니다. 전재준과 비슷한 규모의 자산을 가져야만 구매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렌즈의 수명이 영구적이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코 저렴한 가격은 아니라는 것이 중론입니다.
또한 해당 렌즈를 착용했을 때의 장, 단점도 명확한 편이라고 합니다. 전재준과 같은 적녹색각이상자의 경우 구별하기 어려웠던 빨간색과 초록색을 구별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허나 빨간색 필터가 렌즈를 통해 보는 시야 전체에 씌워져 있기 때문에 빨간칠이 된 색안경을 쓰고 생활하는 것과 비슷한 색감 왜곡이 있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안경, 소프트웨어 등의 형태로 색각 이상의 불편을 줄이려는 시도가 전세계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용자는 “더글로리를 통해 이번 기회에 나도 가지고 있는 색맹이 더 널리 알려져 색맹으로서 겪는 불편이 해결될 수 있는 방법이 나왔으면..”이라는 의견을 남기기도 했는데요.
저 역시 더글로리 시즌1을 무척 재밌게 본 시청자이자 색각이상자로써 더글로리 시즌2가 기다려짐과 함께 색각이상자를 위한 제품이 더 활발히 개발되었으면 좋겠네요 :)